수리 수리 마하 수리
이 원익
어릴 때 몰래 만화방에 가서 만화를 보면 주인공이 어떤 막다른 골목에 처했을 때 도사나 마술사가 나타나 곧잘 ‘수리 수리 마하 수리….’ 하는 주문을 외며 요술을 부리는 장면이 나오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건 요술이나 마술 따위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불교의 진언, 즉 다라니였다. 하기야 지금도 불교를 무슨 요술이나 미신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없지 않으니 남 탓하기 전에 이는 그렇게 잘못 알도록 만든 불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 할 것이다.
다른 종교들에서처럼 불교도 세월이 지나면서 가지가 갈라져 나왔는데 소승과 대승으로 나뉘었다가 대승에서 선불교와 밀교가 뻗어 나왔다. 밀교란 비밀스런 가르침으로 무엇을 다 드러내어 밝히지를 않고 일부를 은근슬쩍 감추어 두면서 중생을 신비주의적인 신앙의 세계로 끌어들여 고통에서 건지는 것이다. 특히 티베트에서 융성하였고 선불교의 영향을 크게 받은 한국 불교지만 밀교적인 요소도 곳곳에 스며들었다.
밀교의 중요한 방편으로는 손 모양으로 여러 가지 신비적인 상징을 하는 수인, 곧 무드라가 있고 물들인 모래로 여러 날 정성들여 우주적인 만화경을 바닥에 만들었다가 마지막에 미련 없이 쓸어버리는 만다라 같은 것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뜻을 알 수 없는 주문, 즉 다라니를 외는 것이 큰 몫을 차지한다.
다라니는 우주의 끝까지 울리는 진정한 참말씀, 곧 진언으로서 본래 그 뜻을 감추었지만 요즘 세상이 그렇듯이 언제까지나 신비 속에서 남아나기가 어렵게 뜻풀이가 되어 버렸다. 마치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아름다움이 해부학이나 심리학으로 낱낱이 까발려져 버렸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 신비로운 여성미라든지 이를 가릴 듯 꾸미고 드러내는 갖가지 치장이나 옷가지들을 모조리 내다버릴 순 없지 않은가!
사실 ‘수리 수리 마하 수리…’는 요술을 부리는 주문이 아니라 천수경의 첫머리에 나오는 ‘정구업진언’이다. 거룩한 경전을 읊기 전에 그 동안 온갖 구업으로 더러워진 내 입을 가시어 깨끗이 맑히는 주문이다. 말하자면 중요한 손님을 만나러 가기 전에 미리 입에 머금었다 뱉는 구강정화제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 중요한 손님, 천수경이란 어떤 경전인가?
한국 불교의 의식에서 가장 많이 읊는 경전이 천수경과 반야심경으로 마치 한식 밥상에 꼭 올라오는 국이나 김치와 같은 것이다. 그 중 천수경은 조선시대, 척불의 고난 속에서 민중을 통불교적인 신앙으로 이끌기 위해 불교의 여러 요소를 엮어 만든 한국에만 있는 콤팩트 경전이다. 따라서 밀교의 진언이 많이 들어갔다. 교리보다는 믿음이 더 아쉬웠으니까.
‘수리 수리 마하 수리 수수리 사바하’, 어떤 뜻일까? 알고는 있지만 여기서 구태여 밝히지는 않으련다. 본래 산스크리트인 이 말의 원문과 뜻은 조금 노력하면 누구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고 그래도 알몸뚱이보다는 애쓴 디자이너를 생각해서라도 한 조각 의상은 걸쳐 놓아야 하겠으니까.
[LA 중앙일보]